잡동사니/여름

[스크랩] 자연섭리 농사법

지화자33 2009. 5. 1. 03:29
 

자연섭리 따라 몸으로 체득하는 농사가 상농사

[귀로 듣는 전통농업] 괴산 장연 우현기 선생

▲ 젊은 열정을 그대로 간직하고 계신 우현기 선생에게서 옛것을 잘 간직하면 땅도 살고 사람도 사는 농사가 될 수 있다는 확신을 얻는다. 

우현기 선생은 야마기시 양계로 유명한 산안마을의 초창기 멤버다. 그곳 계사는 모두 선생의 손길을 통해 만들어졌다. 괴산 장연에 들어와 다시 야마기시 양계를 뛰어넘는 활성유정란을 만들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이분에게 젊은이의 정열을 느낀다.

고희를 넘긴 나이에도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들풀처럼, 바위 언덕 흔적처럼 우주에 왔다가 갔노라’며, ‘유쾌, 상쾌, 통쾌하게 노래부르며 살자’고 자작시를 불러주는 선생은 무엇이든 스스로 해보고 몸으로 농사를 체득하라고 먼저 얘기한다. 옛날 농사짓던 시절, 귀담아 들을 말씀들을 정리했다.

곡식류는 자연섭리를 다 따라가는 것 같다. 그 섭리대로만 하면 농사도 꽤 과학적으로 지을 수 있다. 농사는 절대 남을 모방해서는 안 된다. 자신의 경험으로, 몸으로 체득한 농사지식을 그대로 농사에 응용하는 사람이 제일 상농이다.

오이 종자 채종은 할머니에게서 배웠다. 일찍 달리는 오이나 가지의 끝부분 3분의 1을 베어먹고 그대로 달려 있게 하면 달린 채로 노숙되는데 영양이 역류하여 남아 있는 3분의2에서 좋은 종자를 채종할 수 있다. 가지도 마찬가지다.

벼는 끝부분의 결실이 양호하다. 낟알이 무거워 숙이게 되므로 끝부분이 잘 여물게 되고 처음 부분은 결실이 불량하여 속이 차지 않는 경우가 많다. 끝부분으로 종자를 한다. 그러나 보리는 반대다. 빳빳이 서 있는 생육상태를 보이므로 올라가는 처음 부분이 결실이 좋다. 위는 쭉정이가 많아 아랫부분을 종자로 해야 한다.

벼 모종을 키울 때 지금은 촉진제 따위를 써서 위가 넓게 퍼지는 상태로 웃자라게 한다. 그러면 필시 도복한다. 뿌리가 많고 아래쪽이 넓은 안정된 삼각형 상태로 모종을 키워야 한다. 어릴 때부터 야물게 키워야 한다. 종자선별하고 바로 논으로 나가 논못자리를 하여 적응력을 키우는 것이 좋다. 모의 뿌리가 길어서 모심기할 때 찢기가 힘들어야 좋은 모다. 집을 지을 때 기반이 튼튼하면 금이 가지 않듯 모도 아래쪽 기반이 튼튼하면 어떠한 바람에도 넘어가지 않는다.

한 마지기라는 말은 200평에 종자로 한 말을 쓴다고 해서 한말지기가 변한 것이다. 모의 적응력을 키우면 한 마지기당 종자를 5되만 해도 수확량이 좋다. 보리는 남쪽에서 북으로 등숙하여 올라가고 벼는 북쪽에서부터 내려온다. 강원도에 벼를 벨 때쯤 해남은 겨우 출수기에 접어들어 벼가 패는 정도이다.

짐승의 젖도 앞쪽의 젖이 중앙보다는 크지는 않지만 영양이 더 풍부하다. 앞쪽 젖을 먹는 새끼들이 더 잘 자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고구마를 심을 때 대부분 비스듬하게 심지만 그렇게 심으면 알이 잘다. 똑바로 심고 아래에서 4마디까지 북을 주고 심는 것이 좋다. 심고 난 후 정아(중앙 끝부분)부분을 적심하면 새로 나온 잎이 올라온 후부터 영양분이 아래로 내려가 알이 굵어진다.

뿌리가 변해 고구마가 되는 생리를 잘 이용하면 알도 많고 굵어진다. 똑바로 심으면 밀식도 가능하고 가뭄에도 잘 견딘다. 일본에서는 1~2잎만 내놓고 잎자루까지 다 묻는다. 새싹이 올라오면 2~3잎만 남겨두고 나머지는 적심한다. 그러면 둥글고 맛있는 고구마가 된다.

감자는 골을 동서로 따개 놓고 골 중앙에 감자를 넣지 말고 북쪽 경사면에 감자를 심는다. 감자를 심을 때 흙 속으로 누르면 경사면 흙이 자연스럽게 내려와 복토가 된다. 이때 최아된 감자의 싹을 아래쪽으로 가게 심는다. 잎이 변해 감자가 되는 속성상 싹이 돌아서 땅으로 나오는 사이에 마디가 많이 생기고 감자도 많이 달린다.

콩은 지금은 날짐승 때문에 이식재배를 권장하고 대부분 그렇게 하고 있지만 옛날에는 모두 직파를 했다. 이식재배를 하더라도 북을 많이 주어야 한다. 2~3번에 나누어 북을 주면 부정근(북을 준 후 나오는 새 뿌리)이 많이 나와 결실이 좋고 속이 찬 알이 나오며 콩가루도 많이 나온다.

지금 고추재배 기술은 많이 발달되었다. 어릴 때 방아다리 고추는 따내는 것이 좋다. 방사형으로 올라가면서 고추 숫자도 기하급수적으로 많아지기 때문에 방사형으로 초기성장을 좋게 하는 것이 우선이다. 아래쪽 고추 3단계만 따내도 나중에 50~60개 정도의 고추를 더 딸 수 있다.

지금 농사는 제초제와 농약, 항생제 오남용으로 약 발라서 먹는 것이나 다름없다. 약국이나 병원에 돈 보태주다가 돈 모을 사이가 없는 것이다. 참으로 안타깝다. 구속된 영농에서 해방되어야 한다. 농약 발라서 다수확하면 뭔 소용인가.

사람이나 가축의 수정률이 점점 낮아지는 세태다. 출산율이 낮아지고 정자생산에도 문제가 많은 시점에 와 있다. 옛날에는 많지 않던 뇌성마비, 소아마비, 기형아 출산율이 심각하다. 이런 혼탁한 사회가 된 원인은 무엇인가. 작부체계를 혼란하게 하고 제초제와 농약에 의존했기 때문이다. 이런 한심한 노력을 언제까지 계속해야 하는가. 정성을 다해서 농사를 짓는 농심으로 돌아와야 한다. 하루 종일 김을 매면서 손으로 벌레잡고 하면서 정성과 열성을 들여야 곡식도 잘된다.

장사에는 상도의가 있듯이 농사에는 농심이 있어야 한다. 천하대본인 농사에 농심을 되살려야 한다. 지금 우리 농업의 상황은 독약을 내 입에 넣을 것인가, 남의 입에 넣을 것인가와 똑같다. 무한정 넓어지고 있는 오염의 세상을 어떻게 정화시킬 것인가.

지금 연령에 관계없이 친환경농업을 하는 농민들이 늘고 있어 다행스럽다. 서로 이마를 맞대고 좋을 걸 생각하다보면 더 나은 방향으로 갈 것으로 생각한다. 서로 뜻이 통한다면 밤새워 상생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더 발전할 수 있는 지름길이다. 중도에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그 마음으로 밀고 가는 것이 중요하다.

한꺼번에 많이 하려고 하지 말고 천천히 가라. 남의 말만 듣고 실천하려고 하지 말고 스스로 보고 듣고 해보고 또 얘기하고 하는 것이 중요하다. 해보지도 않고 성공한 듯 하면 안 된다. 보지 않고는 행하지 말라고 하지 않던가.

농심의 본뜻을 오늘날 새롭게 정의내리기 바란다. 우리 농심의 본바탕을 머리 맞대고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 백지에 먹물을 들이긴 쉽지만 먹물 들인 것을 빼는 것은 어렵다. 한번 질을 잘못 들이면 빠져나오기 힘들다. 소나 사람이나 길들이는 것은 똑같다. 슬쩍 물들이는 것은 안하는 것만 못하다.

 우현기 선생은 

선생은 충북괴산 사평리가 고향이다. 젊었을 때는 괴산 칠성면에서 1만평을 개간하여 농사를 짓기도 했다. 84년 야마기시식 양계로 유명한 화성의 산안마을 창설 멤버다. 그곳 산안식 양계장을 선생이 직접 지었다. 그곳에서 22살된 아들을 심장병으로 잃고 산안마을을 나와 김진홍 목사가 이끄는 두레농장에도 있었다.

출처 : 소박한 쉼터
글쓴이 : donald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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